어제 늦은 저녁 가까운 미곡처리장(RPC)에서 자금을 담당하는 분이 찾아왔다.
어쩐일이냐고 물으니 그냥 수금 다니다가 커피나 한잔 하러 왔단다.
그런데 얼굴이 꽤나 심각해 보인다.
무슨일이냐고 물으니 딱 한마디로 죽을 맛이란다.
국내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RPC가 그럴리가 있냐고 물으니 올 한해에만
30억이 까져 나갔단다.
손해라는 말이다.
작년 비싼(?) 가격일때 나락(도정안한 쌀)을 쟁여 놓았다가 햇벼 나오니 그걸 팔고
햇벼를 구매해야 하는데 작년 쌀 한가마(80KG)에16만원 할때 사놓은 벼를 지금 12만원 하는데
팔려고 내 놓으니 당연히 적자가 나는것이란다.
문제는 대다수 농민이나 미곡처리장들이 정부에서 무슨 대책이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젖어
나락을 안고 있다는 거다.
그래도 정부인데 농민들에게 대책을 내 주지 않겠냐며 호언장담 하길래 커피 빼앗을려다 말았다.
대신 내가 아는대로 설명을 해 줬다.
일단 정부는 돈이 없다.
그나마 있는 돈도 4대강에 퍼 부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도 줄이고 있다.
그 상황에서 시장경제 운운하는 정부가 쌀 가격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줄거라는 믿음은 갖지 말라고
아주 친절하게 설명 해 줬다.
문제는 또 있다.
내년 초가 되면 수입쌀 의무 수입 물량이 들어 온다는 거다.
이 수입쌀이 가공용으로 가면 문제가 덜 한데 단체급식 회사들이 밥쌀용으로 돌려 챙긴다.
그러면 당연히 국내산 쌀은 소비처가 줄어드니 가격은 더 하락하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.
이런 상황에서 정부만 믿고 나락을 끌어안고 있는 농민들이 많다는 것은 조만간 농사철도 아닌데
농약의 수요가 많아 질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이다.
여기까지 설명을 하니 한숨만 내 쉰다.
어쩌라는 거냐고 묻는데 뭐라 할말이 없다.
농민은 정부를 믿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믿을 놈이 없는거다.
적어도 쌀 한가마에 16만원은 넘어야 유지가 되는 상황인데 그냥 앉아서 4만원은 까먹는 셈이니
속 안뒤집어 지는 농민이 어디 있으랴....
이 글보는 분들이라도 열심히 쌀 밥 드셔 주시라...
그게 농민 위하는 길이다....